통풍 발작이 오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별말 없이 콜킨정을 처방해주셨다. “보통 통풍 급성기엔 이걸 먼저 써요.” 나는 별 의심 없이 복용을 시작했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그런데 그 약을 복용한 며칠 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분명히 평소와 달랐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심장의 빠른 고동, 이유 없이 찾아오는 두근거림이었다. 그리고 소변이 예전처럼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아주 참을 수 없는 증상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불쾌하고 뭔가 잘못된 듯한 감각이 있었다. 몸 안쪽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바뀌고 있는 느낌.
그때부터 나는 생각했다. 약이라는 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 아니라, 동시에 ‘내 몸이 감당해야 할 대상’일 수 있다는 것. 그 후로 두세 가지 통풍약을 더 복용해봤지만, 매번 반응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약은 속이 더부룩했고, 또 어떤 약은 왠지 모르게 몸이 묵직해졌다.
의학적 지식은 없었다. 콜킨정 성분이 뭔지, 대사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피검사를 받을 때마다 간수치나 신장 수치를 체크한다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약 복용 후 불편함이 생긴 시점과 간기능이 살짝 높게 나왔던 시점이 묘하게 맞물렸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느낀 건 분명했다. 통풍약은 효과도 중요하지만, 체질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 약이 내 몸에 잘 맞는지 여부는 ‘먹어봐야 안다’는 말은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때 알았을 땐 이미 몸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통풍약을 처방받으면 당연히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병원에서 약을 받는 순간부터 ‘이번엔 내 몸이 괜찮을까’부터 걱정했다. 약의 이름보다, 지금 내 간과 신장이 그걸 감당해줄 수 있는지부터 고민했다.
그래서 나는 약을 줄이고 식단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제철 음식 위주로 먹고, 수분 섭취를 늘리고, 체중을 서서히 감량했다.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걷기와 가벼운 자전거 타기 정도는 꾸준히 했다. 그렇게 조심스레, 약을 대신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쌓아갔다.
콜킨정이 효과가 없다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약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당시의 내 몸’에게는 맞지 않았다.
약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고,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느끼고 판단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의사는 수치를 보고 약을 주지만, 약을 먹고 나서 느끼는 낯선 불편함은 내 몸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질문한다.
‘지금 내 몸은 괜찮은가.’
‘약 없이도 버틸 수 있는가.’
‘아니면, 또다시 몸속 어딘가가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의학 지식이 없더라도 괜찮다. 당신의 몸은, 당신에게 가장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으니까.